BMW 뉴 5시리즈(G30), 그 중에서도 국내 볼륨모델인 520d M 스포츠 패키지를 시승했다. 신형 520d는 기본으로 적용된 운전자 보조 시스템의 높은 완성도가 특징이다. 또한 2.0 디젤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는 완숙미가 돋보인다.

BMW코리아는 지난 21일 신형 5시리즈를 국내에 출시했다. 사전계약을 위한 VIP 프리뷰와 다양한 고객행사로 인해 이미 많은 고객들이 신형 5시리즈를 접했다. 사람들은 디자인보다도 신형 5시리즈의 구성에 열광했다. 그 결과 사전계약은 4천대에 달했다.

신형 5시리즈는 300만원 남짓한 가격이 올랐지만 1000만원 상당의 패키지가 기본으로 포함됐다. 풀체인지 신차 출시에서는 이례적인 구성으로 BMW코리아는 집중할 수 있는 화력을 모두 5시리즈에 집중한 셈이다. 지난해 경쟁사인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의 싸움과 전체 판매량에서 모두 패한 BMW코리아의 결의가 담겨있는듯 하다.

엔트리급부터 풀 패키지

신형 5시리즈는 반자율주행에 가까운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과 차선유지보조, 긴급자동브레이크를 기본으로 적용했다. 뿐만 아니라 스포티한 내외관 디자인을 자랑하는 M 스포츠 패키지를 전 모델에 기본으로 둘렀다. 이들은 기존 5시리즈가 단종될 시점에서야 상품성 강화를 위해 적용됐던 아이템이다.

시승한 모델은 6630만원의 뉴 520d M 스포츠 패키지다. 5시리즈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이 책정된 기본형 트림이다. M 패키지가 적용된 외관은 1억원을 호가하던 기존 5시리즈 상급 라인업을 연상케 한다. 공격적인 디자인의 전면 범퍼와 새롭게 추가된 측면 에어브리더, 18인치 휠로 인해 BMW 특유의 역동적인 이미지가 강조된다.

신형 5시리즈는 전장 4936mm, 전폭 1868mm, 전고 1479mm, 휠베이스 2975mm로 기존 모델 대비 전장 29mm, 전폭 8mm, 전고 15mm, 휠베이스 7mm 늘어난 크기를 갖는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낮고 넓은 스탠스가 강조됐다. 특히 쿠페 스타일의 날렵한 루프라인과 측면 실루엣에 많은 공을 들였다.

소재와 디테일 강조한 실내

실내는 기존 모델의 레이아웃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실내 대부분을 가죽소재로 두르고 메탈 소재로 포인트를 줬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컴포트시트는 단단하고 타이트한 착좌감을 보인다. 인상적인 점은 블루톤을 띄는 가죽컬러로 포르쉐에서 제공하는 인디비주얼 컬러와 유사한 감각을 전한다. 이런 구성이 520d에서도 기본이다.

실내공간은 기존 5시리즈와 유사하다. 대시보드 하단과 센터페시아의 디자인, 그리고 루프라인을 위해 일부 공간이 희생됐다. 또한 1열 시트 사이즈가 확대되며 실내공간은 기존 5시리즈와 유사하게 느껴진다. 2열 등받이는 다소 꼿꼿하게 느껴지는데, E클래스와 A6 등 해당 체급 신차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520d는 2.0 4기통 디젤엔진으로 4000rpm에서 최고출력 190마력, 1750-2500rpm에서 최대토크 40.8kgm를 발휘한다. SCR 방식이 새롭게 적용돼 요소수가 사용되는 타입이다. 정지상태에서 100km/h 가속은 7.5초, 최고속도는 235km/h다. 공차중량 1710kg으로 복합연비는 14.0km/ℓ(도심 12.8, 고속 16.0)다.

수준급의 방진 대책

신형 520d는 정차시 수준급의 방진실력을 보인다. 디젤엔진 차량에서 가장 거슬리는 부분이 바로 정차시 엔진의 진동인데, 스티어링 휠이나 시트로 전달되는 진동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전반적인 방음과 방진 수준이 한 단계 올라선 것으로 보여진다.

발진시의 감각은 부드럽다. 1000rpm을 살짝 상회하는 낮은 엔진회전 만으로 차체를 움직인다. 이같은 엔진회전은 3.0 6기통 디젤엔진에서나 보이는 움직임으로 저회전에서 강한 힘을 끌어내는 실력이 한결 업그레이드 됐다. 낮은 엔진회전과 변속감이 느껴지지 않는 매끄러운 변속으로 인해 저속 승차감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M 스포츠 서스펜션이 적용됐음에도 승차감이 단단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노멀 서스펜션이라고 해도 믿어질 정도로 안락하다. 과속방지턱을 넘는 동작에서도 스포츠 서스펜션 특유의 딱딱함은 없었다. 매끄럽고 부드럽게 턱을 타고 넘는 등 일상주행에서는 아늑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셋팅이다.

화끈한 중저속 가속력

중저속에서 속도를 올리는 실력은 수준급이다. 80km/h 이하에서의 중저속 가속력은 제원상 출력을 한참 웃돈다. 하지만 가속감은 상대적으로 덜한데, 고속에서도 가속감은 크게 전달되지 않는다. 차체의 안정감이 높아지고 소음 유입이 적기 때문인데, 퍼포먼스가 강화된 540i나 550i를 위한 오버스펙 차체로 생각된다.

520d의 엔진과 변속기는 단점을 찾아내기 쉽지 않다. 그만큼 숙성됐다는 얘기다. F10 520d는 세계 최초로 4기통 엔진에 8단 변속기를 결합한 만행을 저질렀던 모델이다. 당시는 8단 변속기가 적용된 모델조차 드물었기 때문에 타사에서는 이같은 BMW의 선택을 낭비로 바라봤다. 그러나 이후 경쟁사들은 520d와 유사한 구성을 따르게 된다.

520d의 파워트레인은 일상주행에서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는 출력과 토크를 갖는다. 40.8kgm의 토크는 매끄럽게 전달돼 거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며, 190마력은 200km/h까지의 가속을 꾸준히 만들어낸다. 디젤 엔트리 모델에서 520d 이상의 퍼포먼스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이질감이 사라진 회생제동장치

잠깐 체험한 서킷에서의 주행은 520d의 개선된 제동감각을 유감없이 자랑했다. 회생제동의 적용으로 지적되던 제동시 이질감은 신형에서는 사라졌다. 브레이크를 밟는 감각은 상당히 부드러워졌는데, 밟는 양에 따라 제동력을 확실하게 끌어낸다. 무게중심이나 공차중량의 변화를 느낄 수준의 주행은 이뤄지지 않았다.

신형 520d의 파워트레인에서 인상적인 변화는 눈에 띄지 않는다. 요소수를 필요로 하는 방식으로 변경된 점이 가장 큰 변화다. 반면 530d의 공인연비가 13.5km/ℓ로 520d의 14.0km/ℓ에 가까워진 점이 눈에 띄는데, 530d의 가격은 8790만원에 달해 520d와는 타켓이 다르다.

신형 5시리즈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엔진도 변속기도 제스처 컨트롤과 같은 편의장비도 아닌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이었다. 특히 가다 서다가 반복되는 저속 정체구간에서 배터랑 운전자와 같은 움직임을 보인다. 앞차와의 간격과 가속, 브레이킹으로 이어지는 움직임이 아주 매끄럽다.

7시리즈를 앞서는 코파일럿

차선이탈경보와 함께 지원되는 차선유지보조는 능동적으로 차선내 주행을 유도한다. 신형 5시리즈에 적용된 차선유지보조는 먼저 출시된 7시리즈 보다 뛰어난 움직임을 보인다. 차선을 인식하면 연두색으로 차선이 변경되는데, 실선보다는 점선을 잘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고 운행하면 40~43초까지 유지된다.

BMW는 코파일럿(COPILOT)이라는 명칭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한층 끌어올릴 계획이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과 차선유지보조는 이미 반자율주행을 구현하고 있는데, 동작의 정확도와 유지시간을 확대하고 운전자의 개입을 줄일수록 자율주행에 다가서게 된다. 신형 5시리즈에 적용된 해당 기술은 양산차 최고 수준의 완성도를 보인다.

BMW코리아는 뉴 5시리즈의 가격을 520d 6630만원, 520d x드라이브 6980만원으로 책정했다. 메르세데스-벤츠 E220d 아방가르드 6710만원과 비교시 80만원 저렴한데, 코파일럿과 M 패키지를 감안하면 체감 가격은 700만원 가까이 벌어지며, 140만원을 더하면 한결 고급스러운 플러스 트림의 선택도 가능하다.

520d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됐으며, 앞으로도 가장 많이 팔릴 트림이다. 해당 트림은 브랜드와 가격, 주행성능, 연비 등 대부분의 항목에서 부족함을 찾기 어렵다. 여기에 신형은 M 스포츠 패키지와 반자율주행 시스템까지 기본으로 더하며 상품성을 높였다. 이제는 520d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를 찾는게 더욱 어려워졌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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