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라브4 하이브리드를 시승했다. 디젤엔진을 대신해 자리잡은 가솔린-하이브리드 구동계는 빼어난 완성도와 연비가 특징이다. 특히 일반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적용되는 취득세 감면, 공채매입 감면, 혼잡통행료 면제, 공영주차장 할인의 혜택은 주목할 만 하다.

최근 SUV에 대한 인기는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뜨겁다. 특히 라브4는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만 18만4766대를 판매해 패밀리세단 캠리와 소형세단 코롤라를 앞섰다. 라브4의 6월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4.7% 증가한 수치로 페이스리프트 직후 보다 인기다.

1세대 라브4는 지난 1994년 선보이며 본격적인 도심형 SUV 시장을 열었다. 2000년 2세대, 2006년 3세대, 2012년 4세대가 출시되며 토요타의 주력 모델로 자리잡았다. 시승한 모델은 페이스리프트 라브4로 킨룩 디자인과 E-Four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이 특징이다.

성공적인 페이스리프트

라브4의 전면은 LED 헤드램프의 적용으로 헤드램프의 면적을 크게 줄였다. LED 주간주행등과 헤드램프 내부의 디테일을 강조해 미래지향적인 감각을 강조했다. 상단 그릴의 면적을 줄이고 범퍼 하단의 공기 흡입구를 확대해 역동적이고 스포티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후면에는 면발광 LED와 투명 케이스가 적용돼 세련된 분위기를 강조했다. 낮게 위치한 범퍼와 좌우 폭을 극대화한 트렁크 도어 디자인은 무거운 짐을 높이 들어올릴 필요가 없는 기능적인 디자인이다. 수직에 가까운 D-필러로 인해 적재공간이 희생되지도 않았다.

시트의 높이는 절묘하다. 올라타거나 숙이지 않고 엉덩이를 그대로 옆으로 밀어 넣으면 된다. 스커트 차림의 여성들에게 호평받을 부분이다. 그 밖에 편평한 2열 바닥구조나 리클라이닝 시트, 차체 대비 넓은 실내공간은 가족단위 이동시 만족감이 높다.

2000만원을 아낀다?

실내는 대시보드와 도어트림에 폭 넓게 적용된 가죽 커버링을 통해 고급감을 강조했다. 비슷한 공간을 제공하는 렉서스 NX300h와 비교하면 세련미나 고급감이 떨어지나 유사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적용하면서 2000만원 가까이 저렴한 가격은 라브4의 강점이다.

라브4 하이브리드에는 2.5 가솔린엔진과 전기모터, 무단변속기가 조합된다. 엔진은 5700rpm에서 최고출력 152마력, 4400-4800rpm에서 최대토크 21.0kgm를 발휘하며, 시스템출력은 197마력이다. 공차중량은 1800kg, 복합연비는 13km/ℓ(도심 13.6, 고속 12.4)다.

라브4 하이브리드의 가장 큰 강점은 E-Four 사륜구동 시스템이다. 전륜에는 엔진과 모터의 힘이 함께 작용하고, 후륜은 모터 만으로 구동된다. 변속기에서 후륜까지 동력을 전달하는 크랭크 샤프트가 존재하지 않아 비교적 가볍고 소음이 없으며, 반응성이 뛰어나다.

경쾌함 강조된 하이브리드

실제 주행에서 라브4 하이브리드는 경쾌함이 강조됐다. 과거의 하이브리드 모델이 극단적인 연비 향상에 집중했다면, 최근 출시되는 하이브리드 모델은 운전의 즐거움까지 고려되고 있다. 가속페달의 답력에 따라 힘을 더하는 전기모터는 터보차저 보다 반응이 빠르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스포츠모드와 에코모드는 주행감각이 확연히 다르다. 에코모드에서는 연비향상을 위해 가속페달의 반응성을 크게 낮췄다. 운전자에 따라서는 답답할 수 있다. 반면 노멀모드와 스포츠모드에서는 엑셀링에 따라 전기모터가 활발히 힘을 더한다.

계기판 좌측에 위치한 게이지나 계기판 중앙의 에너지 게이지를 통해서는 엔진과 모터의 동작이 나타난다. 에코구간에서는 전기모터나 엔진으로 구동되고, 파워구간에서는 엔진이 구동되는 상태에서 전기모터가 힘을 더한다. 차지구간에서는 제동에너지가 환원된다.

만족스러운 도심주행

제동시 구현되는 회생제동시스템은 전기에너지 충전을 통해 연비를 높이는 것 외에도 브레이크 패드의 소모를 크게 줄여준다. 기어레버를 당겨 S-모드에 위치하는 것 만으로도 회생제동의 저항을 높이며, 기어단수를 내리면 보다 강한 제동과 충전이 가능하다.

일상적인 주행에서 라브4 하이브리드 최고의 강점은 정숙성이다. 특히 실내로 전달되는 진동은 제로에 가깝다. 디젤엔진 SUV 신차의 경우에도 실내로 전달되는 진동과 간헐적인 공명음은 견딜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 라브4는 이런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롭다.

특히 시내주행에서의 만족도는 비교조차 어렵다. 더운 여름 아이들링스탑으로 인해 에어컨에서 미지근한 바람이 나오는 것도, 재시동시의 진동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낮아진 배터리 잔량을 충전하기 위해 간헐적으로 구동되는 엔진의 소음 유입도 상당히 줄었다.

수준급의 고속주행 감각

고속주행에서는 안정감이 강조됐다. 유럽차의 단단함과는 다른 설정인데, 댐퍼와 스프링은 부드러운 반면 스테빌라이저는 단단히 조여 롤의 억제력도 상당하다. 고속에서의 빠른 차선변경에서도 안정감 있는 차체거동을 보여 '유럽차=주행성능'이라는 공식이 무색하다.

라브4 하이브리드가 기록한 누적 평균연비는 13.5km/ℓ다. 도심주행의 빈도를 감안하면 만족스러운 수치다. 평균 60km/h 구간에서는 15-16km/ℓ를 기록했다. 2.0 디젤엔진 SUV와 비교시 고속주행에서는 유사한 연비를, 도심에서는 라브4가 월등히 높은 연비를 보인다.

최근 디젤엔진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미세먼지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며 경유세 인상 등 악재가 예고된 점도 오너들을 불편하게 한다. 다양한 부분에서 디젤 SUV의 장점을 유지하며 단점을 보완하는 하이브리드 SUV, 라브4 하이브리드는 주목할 만 하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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