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LC500 그리고 LC500h를 스피드웨이 서킷에서 시승했다. LC의 실내외 디자인과 파워트레인, 그리고 주행감각에는 향후 출시될 렉서스의 정체성이 녹아들어 있다. 감성적인 만족감과 스포츠주행에 대한 새로운 해석, 앞으로의 렉서스가 기대되는 이유다.

최근 국내에서 렉서스의 성장세는 매섭다. 국내 럭셔리카 고객들에게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각인시킨 ES300h는 지난 7월 660대가 판매돼 수입차 단일 모델 판매 1위에 올랐다. 벤츠 E클래스나 BMW 5시리즈와 달리 신차 효과가 없음에도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렉서스는 최근 출시하는 신차를 통해 운전의 즐거움을 강조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조용하고 연비가 좋은, 그리고 고장이 잘 나지 않는 기존 렉서스의 이미지에 주행시 감성적인 만족감을 더하려는 움직임이다. 하이브리드가 지루하다는 편견도 함께.

콘셉트카 그대로의 양산차

렉서스 LC는 이런 렉서스의 방향성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차다. V8 자연흡기 엔진의 LC500이 서킷에서 내지르는 배기음은 기존 렉서스에서 예상할 수 없는 부분이다. 또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지닌 LC500h가 전하는 감성은 기존 스포츠카와 다르지 않았다.

렉서스는 LC를 양산하며 콘셉트카 LF-LC의 디자인을 그대로 구현했다. 렉서스 LC의 낮은 보닛은 가장 까다로운 과제 중 하나로 렉서스의 엔지니어들은 이를 위해 전륜 서스펜션을 새롭게 개발했다. 이런 과정은 차량 설계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계기가 됐다.

렉서스 LC는 전장 4760mm, 전폭 1920mm, 전고 1345mm, 휠베이스 2870mm의 2도어 2+2 쿠페 형태를 갖는다. LC500에는 5.0 V8 자연흡기 엔진이 적용되며, LC500h에는 3.5 V6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가 조합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됐다.

자연흡기 V8 엔진의 LC500

먼저 오른 모델은 LC500이다. 최근 대부분의 스포츠카가 터보엔진으로 돌아선 것과 달리 LC500에는 8기통 자연흡기 엔진이 적용됐다. 7100rpm에서 최고출력 477마력, 4800rpm에서 최대토크 55.1kgm를 발휘하며, 10단 자동변속기와 조합돼 후륜으로 구동된다.

LC500의 477마력은 최근 500마력을 넘어서 600마력으로 향하는 스포츠카들 사이에서는 보수적인 수치다. 렉서스는 마력경쟁이나 랩타임 보다는 스포츠주행에서의 감성적인 만족감, 그리고 민첩한 핸들링과 밸런스, 스타일과 디자인을 강조한다고 말한다.

아이들링 상태에서의 사운드가 예사롭지 않다. 머슬카처럼 과장된 8기통 사운드로 포장되지 않은 배기음은 소리의 볼륨 자체가 크고, 부밍음까지 들려줘 레이스카의 그것을 연상케 한다. 가변형 배기 밸브가 적용돼 배기음과 음압까지 컨트롤 한다.

슈퍼카 LFA의 배기음 구현

차가 달려나가는 상황에서 실내로 전달되는 사운드는 환상적이다. 한정판 슈퍼카 LFA의 사운드를 구현하기 위해 사운드 제네레이터와 배기 변환 밸브가 조합됐다. 실내에서는 부밍음과 노이즈가 제거된 적당히 거칠게 조율된 사운드만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

차량 외부에서의 배기 사운드는 레이스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서킷 전체에 쩌렁쩌렁한 배기음을 울려대는데 실제 레이스 경기가 진행되는 듯한 기분이다. 빠른 레브매칭, 그리고 가속구간에서의 변속 등 모든 사운드가 리드미컬한 음악처럼 들린다.

하이브리드 모델인 LC500h의 경우도 실내로 전달되는 사운드는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조금 더 많은 부분을 사운드 제네레이터가 담당한다. 사운드는 기대 이상으로 큰 볼륨이기 때문에 속삭이는 듯한 연출에 실망할 일은 전혀 없다.

리드미컬한 움직임

더 이상 구입할 수 없는 LFA의 사운드와 감성을 담아낸 것 만으로도 렉서스 LC의 가치는 충분했다. 다음은 코너링과 제동, 가속성능을 경험할 차례다. 서킷을 익히기 위한 초반 웜업 주행에서 렉서스 LC의 서킷 승차감은 여느 도로와 다르지 않다.

LC500은 좌우로 굽이친 코너를 빠져나가는 과정에서는 롤을 허용한다. 연석을 타고 넘는 순간도 부드럽다. 고성능 타이어를 적용하고 있지만 노면의 자잘한 돌멩이나 노면의 불규칙한 패턴까지 운전자에게 전달하는 스포츠카와는 다른 감각이다.

하지만 엔진회전을 높이고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강하게 다루기 시작하면 차의 움직임이 달라진다. 운전자에게 노면 정보와 차의 상태를 예민하게 전달한다. 백미는 코너 직전 감속 상황에서의 다운시프팅, 빠르고 리드미컬한 사운드가 자극적이다.

영리한 기어로직

다이렉트 시프트 10단 자동변속기는 토크컨버터 방식의 구조를 갖지만 다판 록업 클러치, 다이내믹 록업 댐퍼를 적용해 발진을 제외한 전 영역에서 록업이 작동, 즉각적인 동력 전달이 가능하다. 매뉴얼 모드에서의 변속시간은 0.1초에 불과하다.

특히 AI 시프트제어라고 명명된 기어로직은 하드한 주행에서 구동력과 응답성을 강조한 고회전 기어단을 선택한다. G-센서를 통해 가속과 감속, 코너링 상황에서 최적의 기어를 매칭시킨다. 프로 드라이버가 아니라면 자동변속에 맡기는 편이 월등히 빠르다.

기어비의 구성도 인상적이다. 일반적으로 다단 변속기의 경우 지나치게 잦은 변속으로 인해 엔진회전이 충분히 고회전 영역으로 뻗어나가지 못해 스포츠한 감각이 떨어진다. 반면 LC500의 기어비는 고회전으로의 상승구간이 충분하고 감각적이다.

멀티-스테이지 하이브리드

놀라운 점은 이같은 LC500의 감각을 6기통 하이브리드 모델인 LC500h에서 80% 이상 구현한다는 부분이다. 멀티-스테이지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후륜에 4단 자동변속기를 더해 10단 변속기와 유사한 감각을 전한다. 이같은 구조는 신형 LS에도 적용된다.

LC500의 핸들링 특성은 민첩하다. 차의 전륜에 하중이 실린 코너링시 좀 더 인코너로 파고드는 동작에서도 어렵지 않게 차의 방향을 돌려 놓는다. 단순히 전후무게배분 50:50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없지 않다.

급격한 코너링과 코너 탈출시에는 가속페달을 세심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 거칠게 다루면 리어 쪽에 높은 토크가 걸리며 엉덩이가 밖으로 빠지려 한다. 동일한 상황에서 LC500h는 리어 쪽 움직임이 안정적인데, 일반적인 운전자도 편하게 컨트롤 할 수 있다.

렉서스 LC는 평범한 운전자가 서킷을 주행해도 즐겁고, 운전을 잘하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만들어졌다. 보다 순수한 운전 재미를 원한다면 LC500이, 일상에서의 펀드라이빙이 중요하다면 LC500h가 어울린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탑라이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