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더 뉴 XC60 D4를 시승했다. 2세대 XC60은 디자인과 고급감, 상품성에서 1세대 XC60이 만들어 놓은 기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특히 XC60 D4 인스크립션의 상품성은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인기 가도를 달리고 있는 벤츠 GLC를 저격하기에 충분했다.

1세대 XC60은 벤츠 GLC, BMW X3 등 유럽 경쟁차들을 제치고 2014~2016년 유럽 프리미엄 중형 SUV 판매 1위를 기록한 베스트셀링카다. 1세대 XC60은 출시된지 9년차에 접어들었음에도 신차인 벤츠 GLC를 상대로 선전하며 누적 판매량 100만대를 기록했다.

볼보 XC60 VS 벤츠 GLC

볼보 XC60과 벤츠 GLC가 모두 신차로 교체된 2017년 상반기 유럽 판매량에서 두 모델은 프리미엄 D-세그먼트 마켓쉐어를 21%씩 양분하며 BMW X3와 X4, 아우디 Q5,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를 앞섰다. 1세대와 2세대 XC60 모두 좋은 반응을 얻은 결과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이같은 상품성을 바탕으로 6천만원대 수입 프리미엄 SUV 시장에서 벤츠 GLC를 정조준하고 있다. 특히 6740만원의 XC60 D4 인스크립션은 유럽에서 비슷한 가격에 판매되는 벤츠 GLC 250d의 7720만원 대비 1천만원 가까이 저렴해 주목할 만 하다.

신형 XC60의 외관은 최신 출시된 볼보차들에 공통적으로 적용된 해머 스타일 LED 헤드램프와 입체적인 전면 그릴이 적용돼 존재감을 강조했다. 1세대 XC60 대비 45mm 늘어난 전장과 90mm 늘어난 휠베이스, 55mm 낮아진 전고는 스포티함을 나타낸다.

가장 큰 차체와 높은 연비

신형 XC60 D4는 전장 4690mm, 전폭 1900mm, 전고 1650mm, 휠베이스 2865mm의 차체를 갖는다. 이는 벤츠 GLC, BMW X3,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대비 큰 전장과 전폭이다. 반면 공차중량은 100kg 가까워 가벼워 가장 높은 복합연비 13.3km/ℓ를 달성했다.

시승한 모델은 XC60 D4 AWD 인스크립션으로 실내에는 원목 우드 인레이, 나파가죽시트, 4-존 공조장치, 바워스&윌킨스 1100W 사운드 시스템이 적용됐다. 동급 경쟁차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고급 소재와 장비가 인상적이다. 실내 고급감은 XC60이 가장 앞선다.

아이들링시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과 진동은 적은 수준이다. 반면 외부에서는 디젤엔진 특유의 엔진음이 그대로 전달되는데, 4기통 디젤엔진 중에서는 무난한 축에 속한다. 운전석이 포지션은 세단과 SUV의 중간 수준으로 전방 시야 확보에 유리하다.

안락하고 편안한 시트

타이트한듯 포근한 1열 시트는 볼보의 장기 중 하나다. 강조된 사이드 볼스터는 운행중 적당히 몸을 지지하며, 측면 충돌에서도 몸의 지나친 움직임을 억제한다. 볼보 시트의 인체공학적 설계는 장거리 주행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대부분 동의한다.

물리적 버튼의 숫자를 줄인 대형 인포테인먼트 모니터는 디자인적으로는 훌륭하다. 그러나 운행중 헤드업 디스플레이 조정까지 모니터 터치로 조절해야 하는 점은 불편하다. 반면 스티어링 휠 좌측의 반자율주행을 위한 오토파일럿 버튼은 직관적이다.

정체구간에서는 오토파일럿을 통해 피로감을 낮출 수 있다. 전방 차량과의 거리조절은 물론 조향과 완전제동까지 지원한다. 앞차의 갑작스러운 제동에 히스테릭한 급제동을 보이는 점을 제외하면 현재 양산되는 차량에 적용된 가장 앞선 시스템 중 하나다.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0.8kgm

XC60 D4에는 2.0 4기통 디젤엔진이 적용돼 4250rpm에서 최고출력 190마력, 1750~2500rpm에서 최대토크 40.8kgm를 발휘한다. 8단 자동변속기와 AWD 시스템이 기본으로 정지상태에서 100km/h 가속은 8.4초, 최고속도는 205km/h에서 제한된다.

4기통 디젤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은 연비와 주행성능을 함께 만족시키는 최고의 솔루션 중 하나다. BMW에서 가장 먼저 적용한 조합으로 볼보는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 적용을 통해 전체 라인업에 폭 넓게 적용하고 있다.

2.0 디젤엔진의 경우 대부분의 브랜드에서 유사한 출력과 토크를 보이는 등 평준화된 모습을 보인다. XC60 D4의 유닛은 출력과 토크가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실주행에서 XC60 D4의 엔진은 저회전에서도 여유로운 토크를 만들어내 경쾌한 움직임을 보인다.

승차감 강조한 서스펜션

특히 인상적인 점은 고회전 영역에서도 힘이 꾸준히 유지되는 점이다. 일부 4기통 디젤엔진은 고회전에서 힘이 급격히 줄어들며 허당스러운 출력 특성을 보이기도 하는데, 볼보의 엔진은 이런 한계를 나타내지 않는다. 8단 변속기는 변속충격이 거의 없다.

서스펜션은 승차감을 강조한 셋업이다. 전륜 더블 위시본, 후륜 인테그럴 액슬 구조로 후륜에 리프 스프링을 적용해 적재공간을 넓힌 점은 독특하다. 저속에서의 움직임은 유연하고 부드럽다. SUV 보다는 승차감을 강조한 중형세단에 가까운 모습이다.

하지만 과속방지턱을 넘어설 때는 진입시에는 부드럽고 탈출시에는 빠르게 바운싱을 마무리한다. 최근 유행하는 유연하지만 탄탄한 감각이다. 단순히 서스펜션과 댐퍼의 움직임 뿐만 아니라 단단한 차체와 곳곳의 부싱들이 유기적으로 만들어낸 감각이다.

아쉬운 타이어 그립

고속주행에서는 안정감이 강조됐다. 최고속도에 가까운 주행에서도 불안함이 전달되지 않는다. 다만 롤과 피칭을 다소 허용하는 타입으로 고속에서의 단단한 주행감각을 기대했던 소비자라면 실망할 수 있다. 국내 모델에는 에어서스펜션이 적용되지 않는다.

와인딩 코스에서는 예측 가능한 움직임을 보인다. 제동과 선회, 재가속으로 이어지는 거동에서 타이어 한계를 벗어나는 속도에서도 일관된 움직임을 보인다. 전륜구동 기반의 사륜구동을 채용하고 있지만 과격한 주행에서는 후륜 기반 차량처럼 움직인다.

고속으로 요철구간을 지나는 상황에서는 상당한 상하 바운싱을 나타내지만 노면과의 그립을 좀처럼 놓치지 않는다. 부드러운 서스펜션의 SUV 중에서는 인상적인 움직임이다. 다만 타이어가 기존 볼보차와 달리 그립이 높지 않은 제품이 적용된 점은 아쉽다.

완성도 높은 오토파일럿

벤츠와 볼보는 부드러운 서스펜션과 고성능 타이어의 조합을 통해 승차감과 주행성능을 함께 만족시키는 등 유사한 성향을 보이는데, 타이어 교체 이후 주행감각이 크게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주행감각이 아쉬운 오너들은 타이어 교체도 고려할 만 하다.

고속에서는 개선된 오토파일럿이 눈에 띈다. 차선유지보조 기능을 끈 상태에서 다시 켜면 즉시 차선을 인식한다. 특히 조향지원을 켠 상태에서 스티어링 휠은 아주아주 단단하게 가고자하는 방향으로 고정된다. 운전자가 조향하려면 팔에 힘이 많이 들어간다.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상태에서 차선을 넘어가고자 하는 상황에서도 스티어링 휠은 어지간한 성인이 잡고 버티는 것처럼 강하게 차선내로 유지하려고 한다. 항상 방향지시등을 켜는 좋은 습관을 만들기에 적합한 설정이다.

차선유지기능은 차로 중앙으로 진행하는 방식으로 차선이탈 순간에 반대방향으로의 부분적인 조향이 개입되는 방식보다 앞선다. 두 방식은 차로를 꾸준히 유지하느냐와 차로 내에서 좌우로 핑퐁처럼 움직이느냐로 움직임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볼보 더 뉴 XC60은 볼보의 볼륨 모델이자 스테디셀러다. BMW 3시리즈, 벤츠 S클래스, 폭스바겐 골프처럼 세그먼트를 대표하는 모델이기도 하다.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벤츠 GLC, BMW X3,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긴장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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