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렉스턴 스포츠를 시승했다. 국내 유일의 픽업트럭인 렉스턴 스포츠는 G4 렉스턴을 기반으로 제작돼 코란도 스포츠 대비 상품성이 향상됐다. 커다란 차체와 합리적인 가격, 세제혜택을 통해 매월 3000대 전후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어 주목된다.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쌍용차의 독무대다. 포니2 픽업 이후 단절된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무쏘 스포츠를 시작으로 다시 활력을 찾았다. 실내공간과 적재공간이 연결된 SUV와 달리 픽업트럭은 적재공간이 외부로 분리돼 오염된 화물을 적재해도 문제가 없다.

렉스턴 스포츠는 G4 렉스턴 기반의 픽업트럭으로 탄생했다. 쌍용차는 렉스턴 스포츠에 대해 상용차 느낌의 픽업트럭 대신 오픈형 SUV라고 지칭했다. 승객석과 화물 적재함이 구분된 구조는 다양한 디자인의 하드탑을 통해 SUV 분위기를 내는 것이 가능하다.

매력적인 적재공간과 견인력

캠핑족의 급증은 렉스턴 스포츠의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5명이 승차하고도 1011리터의 적재공간을 제공하며, 400kg까지 적재할 수 있다. 하드탑 추가시 적재공간은 늘어난다. 커스터마이징으로 툴레 윙바엣지를 추가해 루프에 화물을 올릴 수도 있다.

특히 렉스턴 스포츠의 견고한 사다리 프레임 보디는 모노코크 보디 대비 트레일러 견인에 유리한 구조다. 렉스턴 스포츠의 견인력은 3.5톤으로 높은 수준이다. 중형 픽업트럭 중 견인력이 강한 토요타 툰드라의 3톤, 쉐보레 콜로라도 3.5톤과 비교되는 수준이다.

렉스턴 스포츠의 차동기어제한장치(LSD)는 일반차동기어장치 대비 등판 능력에서 2배, 차동기어잠금장치(LD)는 5.6배 강력하며, 견인력은 차동기어제한장치가 2.3배, 차동기어잠금장치가 4배 우수하다. 또한 가변형 HDC는 5~70km/h에서 설정할 수 있다.

소형 디젤 SUV와 비교되는 가격

넓고 편평한 적재공간은 SUV와는 또 다른 세계다. 2열을 폴딩해야 긴 짐을 실을 수 있는 SUV와 달리 적재함을 열면 가정용 소파 정도는 가볍게 실린다. 이케아를 자주 이용하는 소비자라면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적재함에는 고정용 후크도 마련했다.

아무리 상품성이 좋아도 가격이 합리적이지 않다면 소비자들에게 선택받기 어렵다. 렉스턴 스포츠의 가격은 수동변속기 기준 2320만원, 6단 자동변속기를 더해도 2490만원에서 시작돼 국산 소형 디젤 SUV와도 비교된다. 최상급 트림 노블레스는 3058만원이다.

자동변속기 기준으로 G4 렉스턴의 3420만원 대비 930만원 저렴하게 시작된다. 사업자의 경우에는 차량가격의 10%에 해당하는 부가세 환급까지 더해져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서스펜션, 변속기, 옵션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가격이다.

개선된 거주성과 늘어난 2열 공간

렉스턴 스포츠는 G4 렉스턴 보다 긴 차체와 휠베이스를 갖는다. 렉스턴 스포츠는 전장 5095mm, 전폭 1950mm, 전고 1870mm, 휠베이스 3100mm, G4 렉스턴는 전장 4850mm, 휠베이스 2865mm다. 휠베이스를 함께 늘려 측면에서의 디자인 밸런스가 좋다.

렉스턴 스포츠의 전면은 G4 렉스턴과 미묘한 차이를 뒀다. 그릴에는 크롬바를 삽입하고, 범퍼 하단의 크롬 디테일을 삭제해 터프함을 강조했다. LED 안개등은 벌브타입으로 다운 그레이드 시켰다. 그럼에도 전체적인 분위기는 G4 렉스턴과 크게 다르지 않다.

렉스턴 스포츠는 코란도 스포츠의 단점으로 지적되던 좁은 실내공간을 넓히고 2열 거주성을 높였다. 때문에 픽업트럭 임에도 꽤나 쾌적한 실내공간을 확보했다. 편평한 2열 플로어와 2열 에어벤트, 27도 기울어진 2열 시트백, 933mm의 2열 레그룸을 확보했다.

주의가 요구되는 커다란 차체

운전석의 시트포지션은 상당히 높다. 싼타페, 쏘렌토 등 중형 SUV가 살짝 아래로 내려 보이는 수준이다. 대형 SUV의 높고 넓은 시야를 원한다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다. 반면 큰 차체로 인해 마트나 오래된 아파트의 주차공간에 주차하기에는 불편함이 따른다.

사이드미러는 상하좌우로 상당히 넓은 시야각을 제공한다. 하지만 오른쪽 전방은 높은 보닛으로 인해, 후방과 오른쪽 후방은 긴 차체와 화물 적재공간으로 인해 시야가 제한된다. 전후방 주차감지와 후방카메라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선택해야 하는 옵션이다.

렉스턴 스포츠에는 2.2리터 4기통 디젤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돼 4000rpm에서 최고출력 181마력, 1400-2800rpm에서 최대토크 40.8kgm를 발휘한다. 시승차는 20인치 4WD 사양으로 공차중량은 2100kg, 복합연비는 9.8km/ℓ(도심 9.0, 고속 10.9)다.

장단점이 분명한 승차감과 주행감각

정차시 진동과 소음은 우수하다. 시승차의 경우 주행거리 1만km를 넘어서 진동이 일부 증가했지만 여전히 정숙한 수준이다. NVH 성능 향상은 쌍용차가 2.2 LET 엔진을 적용하며 눈에 띄게 개선된 부분으로 고속에서도 풍절음과 노면소음이 크게 유입되지 않는다.

승차감은 노면상황에 따라 다른 성향을 보인다. 대부분의 도로에서는 묵직한 대형 SUV에 가까운 감각을 전한다. 특히 최고속도에 가까운 고속구간에서의 안정감은 의외의 부분이다. 반면, 일명 빨래판으로 불리는 반복된 요철구간에서는 진동을 소화하지 못한다.

와인딩로드에서의 코너링 실력도 기대 이상이다. 출고시 적용되는 타이어의 한계가 의외로 높고 한계 코너링에서 주행안정장치의 개입도 매끄럽다. 티볼리 이후 급격히 좋아진 제동성능도 칭찬하고 싶은 부분이다. 다만 주행감각은 도심형 SUV와 차이가 있다.

날렵한 발진성능과 꾸준한 연비

2.2리터 LET 디젤엔진과 6단 아이신 변속기의 조합은 궁합이 좋다. 발진가속과 저중속에서는 차가 경쾌하게 느껴질 만큼 신속하게 가속된다. 2000-3000rpm 구간에서 꾸준히 가속되는 타입으로 고회전에서의 펀치력은 최신 디젤엔진 대비 부족하다.

이번 시승에서의 누적 평균연비는 10.5km/ℓ를 기록했다. 주행상황에 따라 연비가 크게 요동치지 않는 성향을 보이는데, 가혹한 주행에서도 연비는 한결같다. 연료탱크용량은 75리터로 풀 주유시 800km에 가까운 항속거리를 나타낸다.

렉스턴 스포츠는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서 단비와 같은 존재다. 독점적인 모델임에도 합리적인 가격과 높은 상품성을 갖췄다. 한미 FTA로 향후 10년간 현대기아차 픽업트럭의 국내 출시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렉스턴 스포츠는 앞으로도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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