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벨로스터 N을 시승했다. 벨로스터 N의 매력은 트랙과 일상주행을 함께 어우르는 범용성이다. 수치에 연연하지 않고 운전의 즐거움에 집중한 점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특히 매력적인 배기음과 한계 코너링에서의 뛰어난 밸런스는 인상적이다.

고성능 N 브랜드를 론칭한 현대차는 국내 첫 번째 N 모델로 벨로스터를 선택했다. i30 N을 바라보며 군침만 흘려야 했던 국내 소비자들에게 벨로스터 N은 단비와 같은 존재다. 독점적인 모델임에도 벨로스터 N의 가격을 2965만원에 책정한 점도 매력적인 부분이다.

연말까지 개별소비세율이 5%에서 3.5%로 인하돼 현재 판매가격은 2911만원으로 책정된 상태다. 옵션 가격도 인하돼 200만원의 퍼포먼스 패키지의 경우 200만원에서 196만원으로 변경됐다. 벨로스터 N의 퍼포먼스 관련 옵션을 모두 챙겨도 3107만원이면 된다.

벨로스터 N의 차별화된 사양들

벨로스터 N에 적용된 퍼포먼스 사양은 먼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250마력의 N 전용 2.0 터보엔진과 6단 수동변속기, 레브매칭, 18인치 미쉐린 PSS 타이어, R-MDPS, N 전용 브레이크, N 그린 컨트롤, 전자식 서스펜션(ESC), 사운드 제네레이터(ESG)가 기본이다.

여기에 N 전용 라디에이터 그릴과 범퍼, 레드 브레이크 캘리퍼, 리어 스포일러, 디퓨저, LED 헤드램프와 리어램프, N 전용 스티어링 휠, 변속기 노브, 메탈 도어 스커프, 블루 엑센트와 시트벨트, 시프트 타이밍 인디게이터, 가죽 버킷시트까지 제공된다.

또한 퍼포먼스 패키지를 선택할 경우 엔진 출력은 275마력으로 강화되며, 19인치 피렐리 피제로 타이어 N 코너 카빙 디퍼렌셜(eLSD), 가변배기, 대용량 브레이크, 브레이크 캘리퍼 N 로고가 추가된다. 특히 가변배기와 eLSD는 놓치지 말아야 할 아이템이다.

공기역학적으로 설계된 디자인

시승차는 벨로스터 N에 퍼포먼스 패키지, 컨비니언스 패키지, 멀티미디어 패키지가 포함된 사양으로 와이드 선루프가 제외된 풀 패키지다. 스머프를 연상케하는 퍼포먼스 블루 컬러는 N 브랜드의 대표 컬러로 N 모델에서만 선택 가능하다.

벨로스터 N의 외관에 적용된 N 전용 범퍼와 에어 인테이크는 단순히 멋을 위한 아이템이 아닌 실제 공력성능이 고려된 디자인 요소다. 전방 범퍼 양끝과 리어 휠 전방, 리어 범퍼 하단의 디퓨저와 리어 스포일러는 와류를 감소시키고 원활한 공기 흐름을 돕는다.

운전석의 시트포지션은 높지도 낮지도 않다. 스포츠 주행에서는 지면과 가까운 낮은 포지션이 선호되는 것이 일반적이나 시야확보 측면에서는 현재의 포지션도 나쁘지 않다. 헤드룸 공간도 충분해 서킷에서의 헬맷 착용도 무난히 소화가 가능한 수준이다.

최고출력 275마력, 최대토크 36.0kgm

클러치 페달을 밟은 상태에서 스타트버튼을 누르면 낮게 으르렁대는 배기음이 연출된다. 주행모드와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아이들링 배기음은 존재감이 상당하다. 시동 직후에는 엔진회전계 레드존 옆에 주황색 바가 점등돼 고회전을 지양하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클러치 페달의 답력은 평범한 수준이다. 지나치게 무겁거나 반클러치 구간이 짧지 않아 일반적인 승용차 감각과 유사하다.  기어 레버는 스트로크가 짧고 기어 체결감이 명확하다. 과거 국산차 엔진과 달리 엔진회전 하강이 빠른 점은 주목할 만한 특징이다.

시승차는 퍼포먼스 패키지가 적용된 사양이다. 2.0리터 4기통 T-GDi 터보엔진으로 6000rpm에서 최고출력 275마력, 1450-4700rpm에서 최대토크 36.0kgm다. 공차중량은 기본형 대비 30kg 무거운 1410kg, 복합연비는 10.5km/ℓ(도심 9.5, 고속 11.9)다.

고회전 지향의 가솔린 터보엔진

2000rpm 전후 일상주행에서의 가속감은 200마력 수준의 차량과 크게 다르지 않다. 주행모드에 따라 엔진의 반응성이 크게 달라지는 것이 특징인데, 노멀모드를 기준으로 에코는 약간 답답하고 스포츠와 N모드에서는 가속페달을 다루는 힘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아이들링 상태에서 3000rpm 부근까지는 엔진회전의 상승이 더디게 느껴진다. 반면 3000rpm에서 6000rpm까지는 엔진회전이 상승할 수록 회전 상승이 빠르고 엔진 본연의 파워가 전달된다. 일반적으로 저회전 토크를 강조하는 터보와 달리 고회전 지향이다.

벨로스터 N은 수동변속기 모델임에도 런치컨트롤을 지원한다. N모드 설정후 클러치페달과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3800rpm에서 엔진회전이 고정되고 런치컨트롤 준비 메시지가 표시된다. 스티어링 휠에 위치한 크루즈컨트롤 속도 레버로 회전 조절이 가능하다.

런치컨트롤 설정법과 N모드

런치컨트롤 사용을 위해서는 N모드에서 자동으로 설정되는 ESP 스포트모드와 함께 도어와 윈도우가 완전히 닫힌 상태여야 동작된다. 정지상태에서 100km/h 가속은 6초대 수준으로 운전자의 클러치 미트 타이밍에 따라 타이어 슬립을 동반하기도 한다.

현대차가 강조한 벨로스터 N의 3가지 고성능 DNA 중 코너링 악동을 경험하기 위해 굽이진 길을 찾았다. 시트백 각도를 약간 세우고 N모드를 선택하는 것으로 스포츠주행을 위한 준비는 끝난다. N모드 선택시 가변배기는 열리고 엔진 반응성은 날카롭게 변경된다.

N모드에서의 풀가속시 6500rpm 부근에서 쉬프트 인디게이터가 깜박이기 시작하고 6800rpm에 다다르면 퓨얼컷으로 엔진회전이 제한된다. 엔진의 최대 파워를 뽑아내기 위해서는 이 구간에서의 빠른 변속이 필요하다. 변속시마다 배기구에서는 연신 총을 쏴댄다.

매력적인 배기음과 레브매칭

일명 팝콘 배기음이라고 불리는 후연소 사운드는 N모드에서의 악셀 오프시 연출된다. 창문을 모두 닫은 상태에서는 의외로 실내로 전달되는 사운드가 적어 무더운 날씨임에도 창문을 살짝 열어놓은채 주행했다. 실내보다 밖에서 크게 들리는 진짜 배기음이다.

배기음 뿐만 아니라 사운드 제네레이터가 함께 적용돼 증폭된 흡기음이 실내로 전달된다. 고회전 주행에서 운전자는 흥분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 놓인다. 수동변속기 모델의 특성상 차에 익숙해질수록 주어진 파워트레인 성능을 남김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리드미컬한 배기음 연출의 가장 큰 공은 레브매칭 기능에 있다. 다운시프팅 상황에서 기어를 밀어넣는 순간 엔진회전수를 바퀴회전수에 맞춰 클러치 미트에 따른 울컥임이 전혀 없다. 해당 기능 버튼은 따로 마련돼 일상주행에서도 꽤나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M-LSD보다 진보된 eLSD

레브매칭 기능은 기본적인 수동변속기 사용법만 익힌 운전자도 능숙한 레이서처럼 보여지게 하는 마법같은 아이템이다. 레브매칭 스피드는 노멀과 스포트, 스포트 플러스를 선택할 수 있다. 골반과 발목이 굳어 힐앤토가 어려운 운전자도 힐앤토를 연출할 수 있다.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N 코너 카빙 디퍼렌셜이라고 불리는 eLSD의 움직임이다. 스팅어나 제네시스 G70 후륜모델에 적용 가능한 M-LSD 보다 진보된 시스템이라고 말해도 무리가 없는 다판 클러치 타입의 전자식 차동제한장치가 벨로스터 N에 적용된 건 하극상이다.

eLSD의 진가는 코너링 탈출시 나타난다. 전륜구동(FF) 모델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극심한 언더스티어가 나타나는 한계 코너링에서 외측륜에 구동력을 더해 속도를 점진적으로 높이며 코너를 탈출하는 것이 가능하다. 빠른 코너 탈출은 더 빠른 재가속을 돕는다.

폭염으로 봉인된 출력

코너링에서 전륜 타이어에 걸리는 부하가 커지는 것을 제외하면 장점 가득한 장비다. 주행모드에 따라 또는 커스텀모드를 통해 노멀과 스포트로 개입 정도를 달리할 수 있다. 하드코어 스포츠카처럼 강하게 동작하지는 않지만 코너 중간에서의 가속이 가능하다.

벨로스터 N의 굽은 길 주행에서 아쉬웠던 부분은 날씨였다. 계기판상 외기온도가 40도 아래로 좀 처럼 내려가지 않는 폭염 속에서 엔진은 본연의 출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포테인먼트 모니터의 출력 그래프 상으로도 240마력 부근을 맴돌았다.

반면 외기온도가 30도까지 떨어진 환경에서는 파워가 확연히 살아나는 모습을 보인다. 적당한 노면온도와 서늘한 날씨의 늦가을 주행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브레이크의 경우 우수한 제동력은 물론 반복된 제동에서 열을 처리하는 능력이 뛰어나 쉽게 지치지 않는다.

부족하지만 재밌는 순정 타이어

현대차 주문사양으로 적용된 피렐리 피제로 타이어의 경우 충분한 온도에 도달하기 전에는 기대 이하의 종그립을 보이며 강한 제동시 쉽게 스키드음을 만들어낸다. 반면 반복된 코너링을 통해 열이 오른 상태에서야 종그립을 확보하는 특성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횡그립의 경우 열이 오른 상태에서도 피제로의 명성에는 미치지 못하는 한계를 보이는데 다운그레이드 사양이라는 의구심도 든다. PS4와 유사한 모습이다. 그런데 이 정도의 한계가 실제 와인딩로드에서는 더 재밌다. 높은 그립이 운전 재미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고속주행시 안정감은 무난한 수준이다. 벨로스터 1.6 터보를 통해 이미 보여준 부분으로 벨로스터 N의 경우 노멀 모드에서 비슷한 감각이다. 200km/h 이상에서도 충분히 안정적이며, 특히 N모드에서는 고속 범프 구간에서 아주 강하게 차를 지면으로 끌어내린다.

일상주행도 가능한 승차감

전자제어 서스펜션 적용을 통해 N모드와 노멀모드 사이의 확연한 승차감 차이를 둔 점은 일상생활에서의 활용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노멀모드에서의 승차감은 노면이 심하게 고르지 못한 구간을 제외하면 납득 가능한 수준이다. 다만 회전반경은 다소 크다.

마지막으로 연비, 벨로스터 N은 도심과 테스트가 포함된 주행에서 누적 평균연비 8.5km/ℓ를 기록했다. 평균 90km/h 주행시는 16.5km/ℓ다. 배기음을 들으려 고회전과 N모드를 자주 사용하게 되는 것을 감안하면 연비는 8.0km/ℓ 수준으로 생각하면 편하다.

벨로스터 N은 뛰어난 밸런스와 운전재미를 보여줬다. 세부적인 설정까지 지원하는 주행모드와 따로 빼놓아진 N모드 버튼, 그리고 레브매칭 버튼은 스포츠주행을 즐기는 사람에게 매력적인 요소들이다. 벨로스터 N은 어디에 내놓고 자랑해도 좋을 진짜 펀카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탑라이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