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 올 뉴 랭글러 사하라를 시승했다. 신형 랭글러는 11년만에 풀체인지된 6세대 모델로 오프로드 주행성능과 아이코닉 디자인은 유지한채 새로운 파워트레인과 알루미늄 보디로 성능과 효율을 함께 높였다. 특히 향상된 고속안정성과 정숙성은 변화의 핵심이다.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SUV의 인기는 좀처럼 식을 줄 모른다.  국내 자동차 제조사를 포함한 글로벌 제조사들은 판매가 주춤한 세단 라인업을 대신해 촘촘한 SUV 라인업으로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하지만 정통 오프로더 분야는 여전히 특정 브랜드의 전유물이다.

오프로더는 전장에서 발전했다. 험난한 전쟁터에서의 빠른 이동을 위해 사륜구동과 프레임타입의 견고한 차체를 확보해야만 했다. 이렇게 이어져 온 차량이 바로 벤츠 G클래스, 그리고 지프 랭글러다. 하지만 이들은 오프로드 주행성능과 디자인 외에 단점이 더 많았다.

정통 프레임타입 SUV의 단점

프레임타입 보디의 단단한 차체와 오프로드 주파를 위한 서스펜션이 연출하는 승차감은 세단보다는 트럭에 가까웠고, 무거운 차체와 구식 파워트레인에서 높은 연비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최신 운전보조장치 지원이나 최신 LED 등화류는 남들만의 얘기였다.

신형 랭글러는 이런 아쉬움을 한번에 해결했다. 기존 JK 플랫폼에서 JL 플랫폼으로 변경하면서 차체에 알루미늄을 적용해 무게를 줄이고, 윈드실드 각도를 조정해 공기저항을 줄였다. 또한 2.0리터 가솔린 터보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효율성이 36% 향상됐다.

신형 랭글러의 외관은 차에 관심을 두지 않는 소비자라면 큰 변화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기존 모델의 디자인 정체성을 계승했다. 랭글러 특유의 원형 헤드램프와 7-슬럿 그릴을 비롯해 외부로 노출된 도어힌지와 돌출된 펜더, 짧은 전후방 오버행이 적용됐다.

고급감 높인 내외관 디자인

반면 윈드실드를 눕히고 LED 헤드램프와 안개등, 리어램프를 적용해 최신 이미지를 강조했다. 파워돔이 적용된 보닛 상단과 펜더에는 공기배출구가 새롭게 적용됐다. 상하로 구분되는 트렁크도어와 외부 노출형 스페어타이어, 비교적 긴 전면 범퍼는 유지됐다.

실내는 수직으로 배친된 가로형 대시보드 레이아웃에 8.4인치 터치 모니터가 위치한다. 사하라 모델의 경우 가죽 I/P 베젤을 적용해 고급감을 높였다. 다기능 스티어링 휠과 직관성과 조작감을 높인 스위치와 레버류가 특징이다. 루프 오픈을 위한 롤바와 스피커가 위치한다.

시승차는 국내에 출시된 지프 랭글러 최상급 모델인 사하라다. 사하라에는 차체와 동일한 철제 컬러 루프가 적용된 것이 특징으로 플라스틱 루프의 루비콘이나 소프트탑의 스포츠와 구분된다. 이외에도 사계절 타이어가 적용돼 좀 더 편안한 온로드 주행을 지원한다.

사하라와 다른 랭글러 모델에는 동일한 파워트레인이 적용되나 오프로드 전용 타이어와 온로드 타이어의 차이와 휠 구경의 차이로 사하라의 연비가 비교적 높게 나타난다. 실내에서는 윈도우 스위치 아래 붉은색 스웨이바 분리 레버 유무로 트림을 구분할 수 있다.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40.8kgm

이번 시승은 온로드 주행에 초점을 맞췄다. 미디어 시승을 통해 마련된 오프로드 코스에서 험로 주행성능은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77:1의 크롤비와 최대 36도의 진입각, 20.8도의 램프각, 31.4도의 이탈각, 269mm의 최저 지상고, 762mm 도하가 가능하다.

신형 랭글러에는 2.0리터 4기통 가솔린 터보엔진이 적용돼 5250rpm에서 최고출력 272마력, 3000rpm에서 최대토크 40.8kgm를 발휘하며, 8단 자동변속기와 풀타임 4WD 시스템이 지원된다. 사하라의 공차중량은 2010kg, 복합연비는 9.0km/ℓ(도심 8.3, 고속 10.0)다.

아이들링시 실내는 생김새와 다르게 정숙하다. 소음은 물론 진동까지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시내주행에서는 아이들링스탑의 개입이 빈번하게 발생되는데 이때의 동작은 빠르고 신속하다. 양산차 중 가장 뛰어난 수준으로 만족도가 높았다.

개선된 주행감각과 강력한 가속력

고속도로에 접어들면 크게 줄어든 풍절음이 체감된다. 110km/h 이내의 규정속도 내에서는 풍절음보다 노면소음이 비교적 크게 들린다. 엔진의 소음 자체가 적을 뿐만 아니라 실내로 유입되는 양도 적다. 사하라 트림에는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이 적용된다.

신형 랭글러의 파워트레인은 대부분의 주행을 2000rpm 아래에서 소화한다. 다단화 변속기와 함께 저회전 토크가 강조된 터보엔진은 특히 발진가속과 중저속에서 경쾌한 가속감을 전한다. 2톤을 넘어서는 무게가 의식되지 않는 가볍고 빠른 가속력이다.

특히 풀가속시 엔진회전이 4000rpm을 넘어서는 상황에서는 의외의 파워풀한 가속으로 빠르게 속도를 올린다. 국내에서 빠르다고 얘기되는 3.0 디젤엔진의 모하비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빠른 가속이다. 최고속도는 180km/h 부근에서 전자적으로 제한된다.

효율성 개선으로 향상된 연비

고속주행시 안정감은 140-150km/h 부근까지 꾸준히 유지된다. 일상적인 고속도로 주행을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후 속도에서는 풍절음이 크게 증가하며 연비도 낮아진다. 좀 처럼 사용되지 않는 최고 기어 8단은 130km/h부터 사용돼 낮은 엔진회전을 지원한다.

다만 고속주행에서 아쉬운 점은 스티어링 휠이 쉽게 조작된다는 점이다. 조향감이 무거운 것과는 다른 설정인데 고속에서 직진성이 강조된 최근의 SUV와는 다르다. 유격이 거의 없어 타이트하게 움직인다. 큰 조타각을 지원해 한 번에 유턴이 가능할만큼 민첩하다.

시승기간 동안의 누적 평균연비는 10km/ℓ 전후로 비슷한 환경에서 3.0리터 디젤엔진 대형 SUV가 기록한 것과 유사한 수준이다. 시내에서는 7.5km/ℓ, 평균 90km/h의 고속에서는 14~15km/ℓ의 높은 연비를 기록하기도 한다. 효율성 개선은 눈에 띄는 부분이다.

온로드 주행성능은 이전 모델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좋아졌다. 외관에서 예상되는 거칠고 투박한 주행감각과 다른 반전 매력은 가족들의 불만을 불식시킬 수 있는 좋은 자질이다. 여타 SUV 대비 높은 시트포지션과 레드컬러까지 소화하는 디자인도 매력 포인트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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