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AMG GT55 4MATIC+와 E53 하이브리드 4MATIC+를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시승했다. 2025 AMG GT 미디어 익스피리언스데이를 통해 접한 고성능 모델 라인업, 그 중에서도 AMG GT55는 부드럽지만 파워풀한, 안정적이며 고급스러운 스포츠카의 새로운 이정표로 생각된다.
메르세데스-벤츠, 그 중에서도 메르세데스-AMG는 친환경, 전동화 트렌드를 고성능의 시각에서 새롭게 해석하는 노력을 한다. 특히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통해 퍼포먼스와 효율성을 함께 높이려는 기술을 양산차에 적극 도입했다. 하이브리드는 이제 벤츠 라인업에서는 고성능을 뜻한다.
벤츠코리아가 대표 모델 E클래스와 S클래스에 PHEV 시스템을 적용한 모델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4년 5월 메르세데스-AMG S63 E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12월 E350e 4MATIC with EQ 하이브리드 테크놀로지, 2025년 2월 메르세데스-AMG E53 하이브리드 4MATIC+가 출시된 상태다.
서킷에서 먼저 시승한 모델은 E53 하이브리드 4MATIC+다. 기존 E63 AMG와 유사한 성능을 보이지만 국내에서 저공해차 2종에도 속한다. 고성능 PHEV 모델로 3.0리터 직렬 6기통 가솔린 터보와 전기모터 결합으로 시스템 출력 585마력, 시스템 토크 76.5kgm, 100km/h 가속은 3.8초다.
E53 하이브리드는 엔진만으로도 449마력을 발휘하며, 순수 전기만으로 66km 주행이 가능하다. 외관 디자인은 수직 루브르가 있는 AMG 그릴에 발광 기능을 기본으로 적용해 일반적인 E클래스와 차별화된다. 여기에 AMG 전용 사이드 스커트, 리어 에이프런 등 디자인 요소를 더했다.
실내는 AMG 스포츠 시트와 함께 붉은색 안전벨트와 스티치로 스포티함을 강조했다. 잠자리 형상의 AMG 퍼포먼스 스티어링 휠과 MBUX 슈퍼스크린은 고급감을 더한다. 에디션1 모델의 경우 AMG 나이트 패키지와 AMG 카본 익스테리어 패키지가 더해져 보다 차별화된 분위기를 만든다.
E53 하이브리드의 운전석에 오르면 부드럽지만 몸을 견고하게 지지하는 스포츠 시트와 도톰한 스티어링 휠이 E클래스와 다른 감각을 전한다. 회생제동 4단계를 비롯해 충분한 배터리 용량으로 최고 140km/h까지 전기차만으로 주행하는데, 엔진이 깨어나면 AMG 고유 감성이 살아난다.
8기통 AMG 사운드와는 다른 정제된 배기음은 오늘날에는 오히려 귀를 적당히 자극해 긍정적인 면이 있다. 기본적인 움직임이 기본형 E클래스와 전혀 다른데, E53에는 후륜조향이 기본으로 적용된다. E클래스의 경우 개발 단계부터 후륜조향을 고려한 것처럼 차의 움직임이 우아하다.
직선구간에서는 전기모터까지 더한 585마력을 쏟아내 파워풀한 가속력을 연출한다. 가속과 감속 코너링으로 이어지는 구간에서 AMG 라이드 컨트롤은 어댑티브 조절식 댐핑과 2.5도 후륜조향을 통해 부드럽지만 안정적인 움직임을 연출한다. 여기에 전자식 LSD는 언더스티어를 줄여준다.
최근 선보이는 고성능 모델은 서킷에서도 매끄러운 승차감을 연출하는데, E53도 유사한 셋업을 취한다. 무언가 단단하고 노면을 적극적으로 읽는 차를 원하는 소비자들은 실망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다양한 주행환경을 소화해야 한다면, 이같은 변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다음으로는 이번 행사의 백미, 메르세데스-AMG GT55 4MATIC+에 올랐다. 극단적으로 긴 보닛을 자랑했던 기존 AMG GT와 달리 보닛 길이를 줄이고 전체적인 실루엣의 밸런스를 추구했다. 전륜 미드십에 가까운 레이아웃을 제외하면 리어쪽의 실루엣은 포르쉐 911의 그것이 연상된다.
낮고 와이드한 리어쪽 디자인은 스포츠카보다는 슈퍼카에 가까운 분위기를 전한다. 1985mm에 달하는 전폭은 시각적으로 911 와이드 바디를 넘어서는 풍만함을 지녔다. 실내는 먼저 출시된 메스세데스-AMG SL에 가까운 모습으로, 포르쉐 911 대비 럭셔리카에 가까운 디자인과 구성이다.
기존 1세대 AMG GT의 경우 2인승 쿠페와 컨버터블을 함께 선보였지만, 2세대 AMG GT는 2+2 쿠페 단일 구성이다. 2+2 컨버터블은 AMG SL로 다른 모델명을 사용한다. 보디 실루엣과 주행감각에서도 차이를 보이는데, 외관 디자인이 주는 만족감은 쿠페형 모델, AMG GT가 앞선다.
1세대 GT가 레이스카에 가까운 구성이었다면, 2세대 GT는 럭셔리 스포츠카의 면모를 지녔다. 기존 모델의 각종 스위치류가 과거 A클래스의 것을 가져온 것을 고려하면, 신형 GT는 고급감이 3~4단계 상승한 셈이다. 1세대 GT의 하드코어적 성격은 일부 소비자들에게만 좋게 평가됐다.
2세대 GT, 메르세데스-AMG GT55 4MATIC+는 편안하고 스포티한 그랜드투어러의 성격이 강해졌다. 일상주행과 유사한 환경에서도 좋은 승차감을 전하는데, 스포츠모드나 스포츠+에서도 기본적인 승차감을 확보했다. 그럼에도 급코너가 포함된 서킷 주행에서 안정적인 자세를 보인다.
물리적인 스태빌라이저를 제거한 구조에 액티브 롤 스태빌라이제이션, AMG 액티브 라이드 컨트롤 서스펜션, 2.5도 후륜조향, AMG 다이내믹 엔진 마운트, 완전 가변식 사륜구동을 탑재해 주어진 환경에서 능동적으로 자세를 유지한다. 최신 적응형 자세제어 시스템의 효과는 탁월했다.
특히 좋은 차체 밸런스와 후륜조향을 통해 빠른 속도로 코너를 주파하는 상황에서도 타이어에 가해지는 부담이 크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또한 기존 1세대 GT의 직설적인 움직임은 운전자의 실수가 그대로 차체 움직임으로 나타나는데, 2세대 GT는 잘못을 커버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이같은 설정은 운전자가 본래 실력보다 운전을 잘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고, 사고 위험도 줄여준다. 기술 발전은 운전자에게 높은 실력을 요구하지 않고도, 손쉽게 높은 한계 영역을 경험하도록 도와준다. 직선에서는 V8 고유의 사운드와 476마력, 71.5kgm의 파워풀한 퍼포먼스를 보인다.
환경규제로 배기사운드가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적어도 AMG의 V8 모델 라인업에서는 여전히 호쾌한 사운드를 보여준다. 풀가속과 급제동, 급격한 코너링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MCT 9단 변속기와 가변형 사륜구동은 전후좌우 효율적 구동배분으로 효과적으로 코너를 파고든다.
메르세데스-AMG GT55 4MATIC+는 포르쉐 911을 철저히 벤치마킹해 대등한 퍼포먼스, 여기에 벤츠 고유의 고급감을 더한 모델로 정의할 수 있다. 여기에 트렁크 공간을 2배로 늘려 최대 675리터까지 확보된다. 고성능 그랜드투어러가 필요하다면 GT55 AMG가 매력적인 선택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