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아이오닉9, 532km 주행하는 6천만원대 전기차

[시승기] 아이오닉9, 532km 주행하는 6천만원대 전기차

이한승
현대차 아이오닉9 HTRAC2 6인승을 시승했다. 아이오닉9은 현대차가 가장 최신 선보인 전기차이자 최신 파워 유닛 기술이 반영된 신차로, 110.3kWh의 대용량 NCM 배터리팩과 3열의 공간을 확보하고도 2WD 시작가격은 6715만원이다.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구성임을 부정할 수 없다.
현대차의 전기차 라인업에서 아이오닉9은 여러 의미를 갖는다. 현대차는 2021년 E-GMP를 공개하고 E-GMP가 적용된 아이오닉5를 출시했다. E-GMP는 배터리, 전기모터, 섀시 구조 등 전기차를 위한 다양한 신기술이 집약됐는데, 약 4년여가 지난 시점에서 가장 진보된 플랫폼이다.
특히 E-GMP 기반의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5 N은 2023년 출시 이후 수치적인 성능을 비롯해 배터리 온도관리, 강력한 회생제동, 가상 변속, 구동력 배분 및 자세제어 등 다양한 부문에서 앞선 기술력을 선보였다. 아이오닉9 기술 중 2-스테이지 모터시스템은 바로 N 모델에서 가져왔다.
또한 현대차는 아이오닉5 N을 시작으로 에너지 밀도를 높인 2세대 배터리 시스템을 적용했는데, 77.4kWh 배터리와 동일한 크기로 용량은 84.0kWh로 키웠다. 아이오닉9에서 강조하는 부분인데, 그 결과 100kWh 크기로 110kWh 용량을, 성능형과 항속형 전비가 대등한 결과를 가져왔다.
시승차는 아이오닉9 HTRAC2 성능형 6인승 캘리그래피 모델이다. 최상위 트림에 428마력 성능형 4WD 시스템이 적용된 모델이다. 그럼에도 복합 주행거리는 501km다. 녹턴 그레이 메탈릭 외장에 코냑 브라운/크리미 베이지 투톤 구성이다. 아이오닉9은 꽤나 다양한 조합을 제공한다.
세부적인 외관 디자인은 높게 평가되지 않지만, 전체적인 실루엣은 기존 현대차와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두툼하게 부풀린 리어 펜더와 넓고 와이드한 후면부는 디자인의 백미다. 개인적으로는 픽셀 디자인의 호감이 떨어지는데, 전면부와 후면부 디자인만 바꿔도 멋있어질 디자인이다.
차체 크기는 전장 5060mm, 전폭 1980mm, 전고 1790mm(-15), 휠베이스 3130mm(+60)로 팰리세이드와 전장과 전폭이 동일함에도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 참고로 7인승 기준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2WD의 가격은 4968만원부터, 아이오닉9 2WD는 6715만원으로 1747만원 차이다.
실내는 팰리세이드와 차별화하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최근 선보인 2세대 텔루라이드가 EV9과 유사한 디자인을 보이는 것과는 다른 시도다. 소재에 있어 제네시스급과는 차이가 있지만, 다른 소재간 컬러감의 통일과 영리한 소재 적용을 통해 전반적으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실내공간은 3열 사용시에도 620리터의 트렁크 공간을 확보해 활용성을 높였다. 3열 거주성은 팰리세이드를 앞선다. 1~3열 모두 전동 시트를 지원하는 점은 사치스럽다. 운전석을 앞으로 당겨서 앉을 경우 A필러와 룸미러가 가깝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공간 자체는 여유로운 편이다.
아이오닉9에는 110.3kWh 리튬이온 배터리팩이 기본이다. 싱글 전기모터는 후륜구동으로 공차중량 2510kg, 최고출력 160kW(218마력), 최대토크 35.7kgm, 복합 주행거리 532km, 시승차는 성능형 4WD로 2675kg, 315kW(428마력), 71.4kgm, 복합 501km(도심 544, 고속 449)다.
일상주행에서의 승차감은 부드럽지만 단단하게 느껴진다. EV9 대비 부드러운 승차감을 겨냥하고 있지만, 전기차의 무거운 공차중량을 견디면서 다양한 상황을 만족하려면 가변형 댐퍼가 필요하겠다. 다만 고속주행시 안정감과 코너에서의 움직임은 의외로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폭발적인 가속력은 NCM 배터리 기반 전기차의 강점이다. 100km/h 정지가속은 5.2초, 풀가속시의 로드홀딩도 안정적이다. 가속페달을 밟는 속도와 깊이만으로 부드러운 가속부터 강력한 가속까지 다양한 조건을 만족한다. 항속주행시에는 2WD 구동으로 주행거리를 늘려주기도 한다.
가상 기어 변속(VGS)은 HTRAC2와 보스 사운드가 동시에 적용될 경우 별도의 10만원의 구독 서비스로 제공된다. 아이오닉5의 방식과 유사한데, 회생제동을 조절해 변속감을 연출한다. 가속시 보다는 감속시 다운시프팅 감각과 사운드를 강조했다. 기본 사운드는 끄는 쪽을 추천한다.
최소회전반경은 늘어난 휠베이스를 고려하면 상당히 개선됐다. 별도의 장비가 추가되지 않았지만 조타각을 늘리는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적어도 후진주차시 이상한 궤적을 그리지는 않는다. 디지털 사이드미러의 돌출된 크기를 비약적으로 줄여 주차시에도 접히지 않는 방식이다.
아이오닉9은 가성비로 접근하면 다른 선택지가 없다. 110kWh NCM 배터리와 500km대 주행거리, 3열 시트 구성을 제공하는 6천만원대 전기차는 찾아보기 어렵다. 여기에 전기차 특유의 묵직한 주행감각과 장거리 주행시 낮은 피로감은 향후 5년내에 대세로 자리잡을 수 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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